Economy

유가 폭락에도 휘발유 2000원 돌파…“지금 기름은 전쟁 때 산 것”

서정민 기자
2026-04-18 07: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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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선언으로 국제유가가 두 자릿수 폭락했지만,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면서 서민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전장 대비 9.07% 급락한 배럴당 90.38달러에 마감하며 지난 3월 11일 이후 한 달여 만에 90달러선이 붕괴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은 11.45% 내린 배럴당 83.85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브렌트유가 86.09달러, WTI가 80.56달러까지 하락했다.

반면 국내 기름값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4월 3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28.7원 오른 리터당 1,996.3원, 경유는 31.1원 오른 1,990.2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이미 2,000원을 넘어섰으며, 3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 최고가 지역인 제주는 리터당 2,029원에 달했다. 전국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선 것은 2012년 이란 핵 개발 긴장 고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 번째다.

국제유가가 내려도 국내 기름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현재 유통되는 원유의 도입 시점 때문이다. 지금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기름은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시기에 구매한 물량이어서, 국내 소비자 가격이 단기간에 진정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다음 주 4차 최고가격제 발표를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3차 최고가격 동결로 하루 1~2원씩 완만하게 오르는 효과를 거뒀지만, 상한선을 계속 동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4차 발표 때는 공급 상한선이 현재보다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중동 외 지역에서 들여오는 원유에 대해 운임 초과분을 전액 지원하고, 차량용 요소수 수급 불안에 대비해 이달 말부터 공공 비축분을 방출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이 이란 항구에서 출발한 선박의 호르무즈 통과를 막는 해상 봉쇄는 유지하기로 해, 실질적인 공급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